3. 다리(橋)
절집 앞에 다다른 나그네는 다리를 만난다. 물을 만난 나그네는 다리 아래로 내려가 목도 축이고, 발도 씻는다. 무지개모양의 다리 아래에는 용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본다. 무지개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끼워 넣은 쐐기돌이다. 부정한 기운을 쫓아주는 용두(龍頭)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으니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다.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부처님의 세계다.
다리는 이쪽과 저쪽을 이어준다. 산이 있으니 계곡이 있고, 물이 있으니 다리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사찰의 다리는 물을 건너는 다리인 동시에 속의 세계에서 성의 세계로 건너감을 뜻한다. 인간 세상인 속세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세상인 불국토에 들어선 것이다. 사찰의 다리에 ‘해탈교’, ‘극락교’, ‘도피안교’라는 이름이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지개다리인 홍예교 아래의 용은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선암사 승선교, 흥국사 홍예교 등에서 볼 수 있다. 사찰의 다리는 홍예교 뿐 아니라, 징검다리나 널다리 혹은 다리 위에 누각을 짓는 형태도 있다. 송광사 우화각, 고운사 가운루 등의 다리가 이러한 ‘누교(樓橋)’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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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와 누각이 합해진 ‘누교’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