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간지주(幢竿支柱)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는 지칠 대로 지쳤다. 나그네의 힘없는 눈에 저 멀리 높이 솟아있는 기둥 하나가 보인다. 당간(幢竿)이다! 당간이 보이니 이제 곧 절집이 나타날 것이다. 오늘은 깃발까지 나부끼고 있으니 아마 절에 큰 법회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 가면 허기도 면하고 쉴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을 하니 다리에 다시 힘이 붙는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던 그 시절. 당간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다. 본래는 절의 영역임을 표시하는 기능이지만 지친 나그네의 눈에는 구원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솟대가 신성한 영역인 ‘소도(蘇塗)’의 경계임을 알려주었듯이, 당간은 부처님이 계신 신성한 곳임을 알려주는 표시이다. 절집은 아직 보이지 않더라도, 당간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이 놓이며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음을 깨닫게 된다.
당간은 두 개의 당간지주 사이에 고정시켜 세운다. 하나의 당간과 받침대 구실을 하는 당간지주가 하나의 짝을 이루는 셈이다. 여기에 깃발, 즉 ‘당(幢)’까지 걸게 되면 완전체다.
현재 당간까지 전하는 곳은 양산 통도사, 안성 칠장사 등 몇 군데 되지 않으며, 대개의 경우 ‘당간지주’만 남아 전한다.
» 경주 보문사지 연화문 당간지주
» 합천 법수사지 당간지주
» 양산 통도사 석당간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