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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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_산판 #123 풀베기 작업 풍경

 

장마철 풀베기는 공기가 맑아서 일단 풍경이 좋다. 그리고 기온이 비교적 낮아 일하기 좋다.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일하는 날이 너무 적어지는 경우만 아니면 괜찮은 작업시기이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보기에 따라 겪기에 따라 듣기에 따라 산판의 풍경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낭만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돈벌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관점도 있다. 물론 산과 숲이 많은 나라니까 기후변화나 산림정책, 임업 관련한 시각으로 나름 평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들에 한 가지 꼭 넣어야 하는 내용이 있다.
 
“일단 산등까지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작업하는 게 편하고 빨라.” 그러면 “그럼 저 높은 델 그냥 올라간다고? 아니지! 작업하면서 올라가고 다 올라가면 내려오면서 서로 넓게 퍼져서 좌우로 왔다갔다 작업하는 게 맞는 거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반장이 “어휴, 그냥 조금씩 먹으면서 가면 되지 뭐. 어서 올라가!”(“먹는다”는 건 일해서 작업면적을 줄여간다는 뜻)
“아! XX! (비교적 비탈이 완만한) 편한 데만 골라서 일할 거야 진짜.”
“좀 떨어지라니깐! 위험하잖아. 예초기 날 튀면 어떡할 거야!”
“살살해 응 살살하라고. 당신만 그렇게 미친놈처럼 일한다고 누가 일당 더 주냐고. 당신이 그러니까 우리가 눈치 보이잖아.”
“저 사람은 볼 때마다 앉아서 쉬고 있어 어떻게”
“일을 그따위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 내가 여기 있으면 당신은 저쪽에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등등등...
 
나이 50~60에 육체적인,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며 일한다는 건 자신의 일상의 평정심과 한계에 넘어선 인내심이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는 몸과 마음이 흥분으로 일치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와는 다른 말로 표정으로 동작으로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산판에서는 그 사람의 본성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조차 산판에서는 그 주장을 할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쩌다 그들이 쉬는 날 식당에서 편하게 모여 회식이라도 하면 여느 50~60대 점잖은 아저씨들, 노인들일 뿐이다.
 
물론 구성원이 고정되어 있는 오래된 팀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아니,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이미 겪을 대로 겪은 것이다. 그렇다고 안 깨지는 팀을 본 적은 없다. 신기할 정도로 흩어졌다 모였다 계속 변한다. 생각해보면, 함께 일하며 쌓인 감정을 다른 팀에서 시간으로 식히고 나중에 다시 만날 기회나 필요가 있으면 또 함께 일하고 그러는 것 같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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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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