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나갔던 독거노인, 버스에서 함께 내린 삼동댁과 길가에서 수다판을 벌인다.
“고추 팔러 갔던가베. 한 근에 얼마나 쳐주던고?”
“올해는 가물어서 고추도 없는데 자꾸 싸게 묵을라캐서 몬 팔고 도로 갖고 들어온다요..”
“내는 무릎이 아파 읍내 병원 갔다 오는 길 아이가. 허리도 션찮고, 무릎도 아푸고.....”
“두서댁은 인공관절 수술하고 펄펄 날라댕긴다 카던데, 행님도 고마 수술하소.”
“내가 아푸다 카이 며느리가 제사 음식 해온다 카는데, 올 명절에는 내 누워서 절 받게 생깄다.”
십수 년 째 혼자 사는 할매, 볼일 생기면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 온다.
병원 가서 약 타고, 미장원 가서 머리 볶고 염색하고, 대목장은 그저 핑계일 뿐
휘적휘적 팔자걸음으로 들어서는 대문 앞에 배롱나무가 꽃등을 켰다.
나락이 익을 때까지 피고 지고 백일을 간다는 저 꽃, 할매보다 오래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