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북쪽의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인왕산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또한 주변 산들보다 험하고 높아, 조선 건국 당시에도 궁궐의 방향을 고민했을 정도다.
갑론을박 끝에 산의 동쪽 편에 경복궁이 세워지면서 산세에 걸맞게 궁궐을 지키는 ‘우백호’가 됐다.
호랑이 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능선은 굽이치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촘촘하다.
기차바위, 치마바위, 해골바위 등을 지나 선바위까지 이르다 보면 조용하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에 경외감마저 든다.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 속에 엄청난 힘이 감춰져 있지만 지금 형언할 수 있는 단어는 이것뿐일 까닭이다.
천년 남짓,
천하를 호령하던 궁궐은 박제되고 선바위 턱밑까지 콘크리트가 차오르는 동안에도
바위는 여전히 묵묵하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