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해안절벽 아래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그저 ‘미세한 존재’로 보여질 정도로 규모는 상당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는 게 그저 감탄스러울 정도다.
물이 고체로 흐른다면 이런 모습일까. 혹은 바람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수월봉 해안절벽의 단면은 화산폭발이 있었던 당시 곱게 쌓였던 화산재가 뒤이은 폭발로 날아온 화산탄에 교란된 역동적 모습을 시간의 단면으로 보여준다.
감히, 세월의 두께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다.
안락함의 본거지였던 제주도가 웅장함의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우리는 과연, 제주도의 수많은 얼굴 중 몇 번째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일까.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