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 기슬렝, 82
세이셸 마헤 섬 거주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 : 이 섬, 아이들도 키우고 오래 살며 정이 많이 들었으니까.
크레이 기슬렝이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은?
“유서에 다 써뒀어요. 남은 것들을 남은 후손들이 어떻게 쓰면 좋겠다는 내용이죠.”
크레이 기슬렝씨는 ‘죽음’, ‘유산’이란 단어에 멈칫했다. 눈동자가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잠시 흔들렸고 그 후 회고하듯 담담히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움직이며 내 몸을 스스로 추스를 수 있고 소소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다면 100년도 넘게 살고 싶어요.”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그는 1달 전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머리가 좀 안 좋아졌어요. 쓰러지며 정신을 잃을 때 두렵고 무서웠죠.”
다행히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았지만 전보다는 좋지 않음을 느끼고 조심하는 중이라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남편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요. 12년 전 먼저 갔는데 금슬이 너무 좋았거든요. 요즘도 자주 사진을 보며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눠요. 며칠 전에는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꾸다가 벌떡 깼어요.”
너무 생생해 새벽에 한참을 넋을 잃고 있었다.
“남편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혹시 가능하다면 나중에 그 옆에 가보고 싶네요. 갈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겠죠?”
사별한 남편이야기를 꽤 오래했다. 기슬렝씨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기도, 환한 미소를 짓기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지금처럼만 살다 가고 싶어요. 그냥 오늘처럼만 말이죠.”
‘오늘처럼’이라는 말이 모처럼 귀하게 느껴졌다.
윤정 작가는
글 쓰고 사진 찍는 프로젝트 아티스트.
사각거리는 연필 느낌을,
아날로그 카메라 셔터소리를,
비 온 뒤 흙내음과 공기 냄새를,
고소한 원두 볶는 향을,
인간미 넘치는 소박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2013년 휴먼다큐프로젝트 ‘어른들의 꿈 굽기, 꿈꾸는 사람들’ 등 수차례 개인전.
bookcooker 프로젝트아티스트 윤정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순수미술 졸업
전 한국일보 사회부, 문화부 기자
전 홍보회사 Video PR 신규 툴 개발 및 대외협력.
오늘처럼만............ 행복해 보입니다. 삶이 늘 소풍 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