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미자, 50대 중반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 천국, 천국이 보일 것 같으니까.
엄미자가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은?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말, 저는 여한이 없이 잘 살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말, 15년을 함께한 강아지 ‘햇살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3일간 숨을 힘들게 들이쉬었지만 평상시처럼 살다가 고요히 갔다.
“조용해서 가봤더니 죽어있었어요. 눈이 떠져 있는 걸 제가 감겨줬는데 참 평화로워보였어요. 저도 때가 됐을 때 저 친구처럼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미자씨는 햇살이를 보며 잘 살다간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마음에서 보내지 못한 듯 그는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남기고 싶은 것 없이 다 쓰고 가려고요. 딸에게도 쓰다가 혹시 남으면 그건 주고 가겠다고 했어요.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은 데 그러려면 집도 팔아야 할지 모르지만 여한 없이 살다 가고 싶어요.” 그는 앞으로도 여행을 많이 하며 살고 싶다.
얼굴과 손 촬영 후 맨발을 찍으려 하자 신발을 벗지 않는다.
“발은 평생 아무에게나 안 보여줬어요. 간수를 잘 못해 거칠고 못생겼어요. 그냥 신발 신은 채 찍어주세요.”
다큐멘터리니까 괜찮다고 설득했다.
“그러게요. 다큐멘터리인데……. 그래도 안 돼요. 그냥 찍어주세요.”
다큐멘터리니까 그대로 찍었다.
윤정 작가는
글 쓰고 사진 찍는 프로젝트 아티스트.
사각거리는 연필 느낌을,
아날로그 카메라 셔터소리를,
비 온 뒤 흙내음과 공기 냄새를,
고소한 원두 볶는 향을,
인간미 넘치는 소박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2013년 휴먼다큐프로젝트 ‘어른들의 꿈 굽기, 꿈꾸는 사람들’ 등 수차례 개인전.
bookcooker 프로젝트아티스트 윤정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순수미술 졸업
전 한국일보 사회부, 문화부 기자
전 홍보회사 Video PR 신규 툴 개발 및 대외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