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17. 약사전(藥師殿)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면 외할머니께서는 ‘쑥쑥 내려가라, 할미 손이 약손이다’ 하며 배를 쓸어주셨다. 그러면 어딘지 모르게 살살 아프던 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말로 괜찮아졌다. 어떻게 나은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통해 항상 나를 걱정하고 돌봐주시는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약사여래불은 중생들에게 외할머니 같은 존재다. 아픈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고 달래주신다. 약사여래부처님의 전신은 약왕보살로서 이분은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하고자 하는 12대원을 세운 부처님이다.
 
 인자한 표정으로 손에 ‘약합(藥盒)’을 들고 계신 약사불은 마땅한 치료도 못 받던 민중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약사불이 계신 약사전은 규모는 작아도 사찰의 여러 전각들 중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유리광전(琉璃光殿), 만월보전(滿月寶殿)도 약사전을 뜻한다.
 
 약사불이 계신 곳에 가면, J.프레이져가 <황금가지>에서 말한 ‘공감주술’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종종 만난다. 약사불과 자신의 아픈 부위를 번갈아 어루만지는 것이다. ‘유사(類似)는 유사를 낳는다’는 프레이져의 말처럼, 중생들은 약사불과의 ‘유사와 접촉’을 통해 자신이 병이 낫기를 기원한다.
 ‘마음의 병’이라는 말처럼 약사불의 손길은 ‘낫는다’는 믿음 자체로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는 종교는 달라도 믿음의 대상을 가진 이들에게는 공통되는 부분이다.
 

hsy171.jpg » 약합을 들고 계신 약사여래불

hsy172.jpg » 강화 전등사 약사전

hsy173.jpg » 약사전의 경우,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다.

hsy174.jpg » 약사불을 어루만진 손으로 자신의 아픈 허리를 쓰다듬는 불자

 

 

한선영 작가는hsy1401.jpg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

 

personadh@naver.com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