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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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메가는 길에 야마토야(倭屋)라는 가게가 있다. 쿠사노 역 앞에 있는 작은 잡화점이다. 역 앞이라 해서 번화한 거리를 상상하시면 안된다. 쿠사노는 무인역(관리인이 없는 역)이고 역 앞에 있는 가게라고는 통틀어 이곳 하나 뿐이다. 한적한 시골길에 서 있는 작은 가게를 상상하시면 된다. 

나에게 일본의 가게들 인상을 세 단어로 정리하라면 깔끔, 아담, 아기자기다. 이곳 모습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민예 골동품에 천연소재 인테리어 제품, 부인복에 도자기류까지 골고루 판다. 품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네 부인들이 마실 겸 들르는 동네 살롱이다. 살롱답게 커피도 내려 판다. 250엔. 
 
처음 이곳이 눈에 띈 것은 커다란 항아리에 써 놓은 가게이름 때문이었다. 倭屋(야마토야). 육서체중 어느 글씨체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은 글씨지만 서툰 듯 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품새가 왠지 마음이 끌렸다. 사연을 들어보니 20여년 전 가게를 처음 개업할 때 남편이 지은 상호란다. 지필묵을 준비하여 가게 이름을 정성껏 쓰고 있는 남편 옆에서 당시 다섯살 장녀가 자기도 쓰고 싶다고 떼를 쓰더란다. 가게의 흥망을 좌우할지도 모를 엄중한 상황을 어린아이가 알 턱 있나. 눈치없는 다섯살에게는 글씨가 아니라 재미있어 보이는 어른들 놀이였을 것이다. 그 와중에 무려 4장이나 써댔는데 그중에 맨 처음 글씨가 부부 맘에 들어 그걸 간판 디자인으로 덜컥 정해 버렸단다. 작고 하찮은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둔 것들에 눈길이 갔던 건 왜 일까. 어느 곳이나 사람사는 거 비슷하고 사람마음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심전심의 반증이 아닐런지.
 
다니다 보면 이런 가게들 흔하다. 딱히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가게다. 돈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안되는 것은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사는 눈치다. 먹고 살만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세월을 붙잡아 맨 듯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가게들. 가게마다 서려있는 크고 작은 사연들.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건 사람 냄새다. 그 사람 냄새를 존중하고 더불어 즐길 줄 안다.
 
경제대국이라 불리는 동네에서 돈에 매몰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조상들이 물려준 지혜 때문일 것이다. 와비(わび)와 사비(寂び)의 전통이다. 와비란 가난함이나 이지러짐 속에서 마음의 충족을 끌어내는 미의식이다. 부족함의 아름다움이랄까. 사비란 한적한 곳에서도 더없이 깊고 풍성함을 깨닫는 마음가짐이다. 단순한 호젓함이 아닌 깊이 파고드는 고요함, 그 속에서 한없는 깊이와 넓이를 깨닫는 지혜다. 낡고 사소한 것들 속에서 인간의 품격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다섯살 아이의 손 글씨 속에서 사소함의 가치를 다시 읽는다. 
 
PS. 무인역의 승객관리 비밀이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 대개 로컬 노선으로 승객이 많지 않은 곳을 무인역으로 지정 운영한다. 현재 JR쿠루메 역에서 다누시마루 역까지 8개 역중 절반이 무인역이다. 무인역에서는 별도 승하차 규정이 있다. 탈 때는 어느 문이나 탈수 있지만 내릴 때는 운전석 뒷문만 이용해야 한다. 운전사가 운임관리 업무까지 함께하기 때문이다. 운전석 뒤에 운임함이 있어서 내릴 때 그곳에 승차권을 넣거나 동전교환기를 이용해 잔돈으로 바꿔 지불한다.
 
무인역은 완만(ワンマン ; one man의 일본어 발음)열차와 짝을 이루는 단어다. 완만열차는 승무원이 없다. 운전사 뿐이다. 최대 4량까지 달고 다닐 수 있지만 대개 1~2량으로 다닌다. 일본 전역에서 특색있는 로컬선이 많이 남아있어 완만열차들이 다수 운영중이다. 낡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생활 속에서 즐길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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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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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ude

2016.04.05 19:31:04

일본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의 한 백성으로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포털에서 일본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기사가 언뜻 뜬 것 같던데요

기회가 되시면 그와 관련된 경험도 좀 전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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