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 #14, 망막(retina) 변이
1.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레고르는 창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흐린 날씨가- 창 턱 함석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를 온통 우울하게 만들었다. 좀 더 잠을 청해 이런 어리석은 일을 잊도록 하자 그러나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자금 상태로는 그렇게 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를 써서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해도 자꾸만 나둥그러졌다. 그는 백 번쯤이나 그렇게 했으며 허우적거리는 다리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2. 이른 아침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불면의 견딜 수 없는 광채가 환영들로 덧없이 얼룩진 어렴풋한 잠 속에 나타났다. 한여름 밤 별빛 흐린 새벽 어둠 속의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다본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하는 힘을 가진 저 빛이 있으라(Fiat Lux) 라는 신의 말을 스스로 너무나 인간적인 방식으로 말해야 했던 상황에서 광선은 이미 이미지의 행복과 영원에 대해서 소멸이라는 값을 지급해야만 했다. 인간은 수많은 몽상이나 환각 번민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 자신의 죽음으로 영원히 생기를 부여받게 한다는 소박하며 친화력 있는 사유를 인정받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김성훈(아이디: norlam)작가는
부산 출생이며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쌍용투자증권 등 금융 파생상품 관련 기업에서 근무.
건강회복의 일환으로 명상수련과 절집, 왕릉, 폐사지 등의 문화유산 답사기행과 걷기여행을 시작하였다.
법륜스님의 글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잘된 것이다-라는 글귀를 늘 염두에 두고 산다.
늘어만 가는 음반, 공연장 티켓, 그동안 모아둔 수많은 내한공연 연주자 사인이 있는 포스터를 한적한 시골 창고 작업장 같은 곳에 패널로 걸어놓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중 하나이다.
근래는 이미지 인문학, 디지털 미학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