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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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 어둠이 내린다. 숲이 잠잠해 진다. 바람도 잠이 들었는지 바스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주변이 더 없이 고요한 시간. 어둠이 깊어지면 하나 둘 별이 돋는다. 어두워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고요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 달없는 밤은 별들의 향연이다. 온 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어느 밤 하늘에 별들이 저리도 선명할까.

 

어둠을 헤치고 달이 솟아오른다. 만월이다. 달이 중천에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오두막에 들어와 카메라를 챙긴다. 언젠가 달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이 디데이다. 약간 구름 낀 하늘. 달 주변을 싸고도는 엷은 구름이 운치를 더한다. 셔터스피드가 안되어 ISO를 높였다. 거친 화면에 노이즈가 오히려 달 이미지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띄워 놓는다. 월궁으로 사라졌다는 항아가 고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로맨틱한 밤이다. 달무리가 진다.

 

이런 밤,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싱크대 밑에 남겨둔 사케 댓병을 꺼내온다. 월하독작. 달을 벗하여 혼자 술을 마셨다는 이백이라도 불러내 볼까. 꽃나무 사이에서 한 동이 술을 친구도 없이 혼자 마셨다던가. 잔 들어 밝은 달을 맞고 스스로 그림자를 마주하니 셋이 친구가 되었다던데. 그날도 오늘처럼 휘엉청 달이 밝았겠지. 달빛아래 홀로 술잔을 들고 풍류를 즐길 줄 알았던 사람. 그는 갔어도 달은 홀로 여일하다. 천 년 전 그의 술잔 속에도 떠 있던 달이, 오늘 내 잔 속에 이리도 밝은 밤. 월궁에서 내려온 항아가 건너편에 다소곳하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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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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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

2015.12.30 13:52:40

둥그런 달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 멋진 달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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