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음섬(2)
음섬 주변에는 어른 키만 한 갈대들이 빼곡하다.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갈대 사이에 서 있으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하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갈대 바다 사이에서
음섬의 바위는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좋은 이정표의 기준이 불변, 그리고 각 지점마다의 다른 표식이라면
음섬의 바위는 행인에게 좋은 길잡이다.
거대한 무게는 바람과 비에도 변하지 않고
개성 넘치는 모양들은 갈대밭 사이의 위치를 알려준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다양하다.
밝거나 어둡거나
평평하거나 굴곡지거나
한 덩어리거나 여러겹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대비가
이 안에 있는 듯하다.
흰 띠를 두른 화강암만 하더라도,
띠의 색은 짙거나 엷고, 넓거나 좁으며,
반짝이거나 빛을 내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거친 자연의 작품이다.
그 자리에 서서 깊이, 오래,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이 땅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깊이 응시하면 바위는 자신의 과거를 들려준다.
그의 역사는 오래고 묵직하다.
그렇기에 그곳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어쩌면, 이 세계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은 없을지도 모른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