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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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의 쌍꺼풀
 
파도가 높은 날이었고, 파도가 높은 만큼 바람도 거센 날이었다.
견공과 함께 방파제로 산책을 나온 어르신은 바다로 난 길을 보고 있었다.
 
길은 육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도 하늘에도 길이 있으며, 저 땅속 깊은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은 여기와 저기를 연결해 주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길은 ‘종교(religion)’다.
여기와 저기를 연결해 주고,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길이므로.
 
요즘은 조금 달라졌지만,
제주도는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아 삼다도였으며,
도둑과 대문과 거지가 없어서 삼무도라고도 했다.
 
그곳에 살 때 대문이 없는 집에서 살았는데 간혹 동네 술주정뱅이가 들어와
주사를 부리곤 해서 보통의 견공을 분양받아 키운 적이 있다.
쌍커플이 예쁜 개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제주도에서 만난 견공들은 대부분 쌍꺼풀이 있었다.
다른 개들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그랬다.
그날, 방파제에서 만난 견공도 쌍꺼풀이 진했다.
 
그러고 보니, 쌍꺼풀도 길이다.
길 아닌 것이 없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한남교회 담임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
 
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

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fkim11.jpg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
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
 
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
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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