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기행 ㅡ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소에서

그리스 크레타섬 이라클리온
니코스 카잔차키스 기념관엔
엄청난 분량의 육필 원고들
그리고 여러 나라 언어로 출판된 그의 책들
　
조금 떨어진 언덕 위 그의 무덤 주위에는
붉게 피어난 부겐빌레아 꽃이
노랗게 시들며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묘소엔 낮은 나무 십자가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묘비엔 그의 손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여름날 오후의 빗긴 태양이 만든
십자가의 그림자가 처음에는 자유를
다음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음을
나중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음을
그늘지게 했다
　
묘비 뒷면 작은 동판엔 
여러 나라 언어로 “평화” 가 
보일 듯 말듯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푸른 에게해는 그의 꿈처럼 
아름답고 아슬아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무덤 앞에 뿌린 소주 한잔은
메마른 대지에 금세 스며들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1883년 2월 18일 ~ 1957년 10월 26일).
그리스의 작가, 시인, 사회주의 계열 정치인. 대표작으로는 <그리스인 조르바>, <오디세이아>, <미할리스 대장>,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최후의 유혹> 등이 있음. <미할리스 대장>과 <최후의 유혹>은 그리스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신성모독을 이유로 파문당할 만큼 당시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음. 　

　정석권 작가는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

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