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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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깨술 베니오토메 (유신준 작가가 "베니오토메는 쇼츄(焼酎)를 숙성시켜 만들어 냅니다. 쇼츄=소주=증류주는 보통 25~40도 내외의 술입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제목에서 '참깨로 사케'라고 했던 것을 '참깨로 쇼츄'로 바꿉니다.)

 

1932년 봄, 다누시마루에 열 아홉 살 하야시다 하루노가 시집을 왔다. 사케 명가 와카다케야(若竹屋) 12대 사장 히로유키의 신부였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술도가의 안주인으로 직원 30명의 세 끼 밥을 해내야 했다. 네 명의 아이들도 묵묵히 키워냈다. 1956년 남편 히로유키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졌고 아들 마사노리가 가업을 이었다. 당시 사케는 양주에 밀려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때였다. 전국의 양조장들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데 골몰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루노는 국세청 직원에게 전통 보리소주가 싼 위스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있던 하루노는 귀가 번쩍 뜨인다. 그녀는 스카치처럼 오래 묵힌 소주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건넨다. 소주는 안 돼. 남편은 한마디로 반대했다. 당시 소주는 싼 술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그녀는 굽히지 않았다. 65세에 장남 마사노리에게 와카다케야의 가업을 물려준 그녀는 스스로 소주사업에 뛰어들었다.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선발해 하나하나 시험해 나갔다. 옥수수. 밤, 수수, 콩, 곶감까지 넣어봤다. 술이 발효되어 샴페인처럼 마개가 터져 작업장이 엉망이 된 날도 있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혀가 민감한 아침에 식탁에 시제품을 늘어놓고 평가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녀는 운명의 파트너 재료 참깨를 찾아냈다.
 
참깨는 본래 백약의 장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게다가 소주의 냄새를 없애고 맛을 순하게 만들었다. 좋은 술이었다. 하지만 참깨 자체는 발효가 되지 않는 재료였다. 술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고생 끝에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원료인 쌀에 누룩을 띄워서 원주를 만들고 발효상태를 보면서 보리와 참깨를 섞는 것이었다. 저온에서 발효시켜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든 2차 원주를 저장고에 잠재워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법은 특허를 얻었다.
 
상표 紅乙女(베니오토메)는 붉은 장미 품종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녀가 100종 이상의 꽃 이름 중에서 발굴해 낸 역작이다. 여기에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는 祥이라는 문자를 넣어서 고마쇼츄 베니오토메(胡麻祥酒 紅乙女)를 최종 완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개발은 성공했지만 제품판매에 문제가 생겼다. 술도가는 남자들의 세상이었다. 베니오토메는 여자가 만든 술이라는 이유로 지역 술집에서 냉대를 받았다. 하루노는 작은 병 시제품을 만들어 보스턴 백에 넣었다. 그걸 도쿄로 가져갔다. 거기서 사람들을 만났다. 다행히 술 맛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누시마루에서 탄생한 베니오토메는 먼저 도쿄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베니오토메가 후쿠오카 지역으로 역 상륙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난 후였다.
 
베니오토메가 잠들고 있는 숲 속의 저장고는 6곳이다. 그중에 제3 저장고의 규모가 가장 크다. 37t들이 저장탱크가 92개나 된다. 탱크 하나를 제품으로 환산하면 35,000병 규모다. 다양한 술 맛과 향기를 내기 위해 오크통을 이용한 저장고도 있다. 어두운 오크통 저장고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월의 연륜이 깊게 배어난다. 술 향기 속에 벽면에 붉은 장미 스테인드글라스가 빛난다. 베니오토메는 인테리어도 하루노 사장의 미학이 곳곳에 숨어있는 곳이다.

 
베니오토메 산속 저장고는 세월을 품고 있는 숲이다. 저장고에서는 최저 1년에서 최장 27년까지 기간을 정해놓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저장고를 둘러보면 건물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 흔적들이 엿보인다.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정원도 잘 가꿔 놓아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특히 제1저장고 뒤에 있는 전통 시골집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느티나무와 대나무, 띠풀로만 지은 집으로 유명하다. 450년 전 무로마치 시대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아 당시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옛 방식으로 지은 집이라서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 보존을 위해 전통적으로 훈연관리를 하기 때문에 지금도 매일 불을 피운다고 한다. 
 
주부에서 베니오토메 사장으로 변신한 하루노는 남자들의 세상이었던 주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붉은 장미의 화려한 등장은 지금도 술도가의 전설로 남아있다. 원주를 증류시켜 얻은 술을 자연 속에서 최장 4반 세기를 잠재워 깊은 향기의 맛있는 술을 얻는다. 술을 잠재우는 베니오토메의 비밀은 어린 아이를 잠재우며 성장시켰던 엄마의 지혜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남자들의 술도가 세계에서 그녀만이 해낼 수 있었던 블루오션 신화였을 것이다.
  
쇼추의 대 변신 베니오토메를 탄생시킨 하루노는 2010년에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금은 14대 히로노부가 와카다케야를 운영하고 있다.

 

사케(清酒, 청주)와 쇼츄(焼酎, 소주)

사케는 일본어 술酒자를 훈독으로 읽은 것이다. 보통 니혼슈(日本酒), 세이슈(清酒)라 부른다. 사케는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양조주이고 소주는 쌀이나 보리, 고구마 등을 발효시킨 후 이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주이다. 즉 사케를 끓여서 증기를 모아 만든 것이 쇼츄다. 다만 쌀이 주원료가 되는 사케와 달리 쇼츄는 쌀 외에도 고구마, 감자, 밤, 보리 등 다양한 곡물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유통되는 것은 보리(무기쇼츄)와 고구마(이모쇼츄)가 주종을 이룬다. 본문에는 보리소주가 등장했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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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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