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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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 마루타 타쿠미씨

 

다누시마루 인근에 이치노세라는 도예마을이 있다. 옛날에 아리마 번주의 그릇을 굽는 곳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도자기의 쇠락과 더불어 한때 폐촌 위기까지 갔다. 반세기 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치노세의 부흥을 도모했다. 현재 이곳은 다섯 사람의 도예가가 둥지를 틀고 있다. 마루타 타쿠미(丸田 巧,58세)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마루타 가문은 도예가 집안이다. 400년 전 도자기의 고장 가라츠(唐津)에서 선조들이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곳에 새로운 가마를 연 것은 아버지 대에서부터다. 도예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마을의 열망에 이끌린 아버지의 선택이었다. 마루타 타쿠미에게 가업을 잇는 도예가의 길은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기와지붕의 아담한 가게가 나타난다. 건물 오른쪽에 큼지막하게 마루타가마라는 노란색 간판이 걸려있다. 가게 앞에 마루타씨 얼굴이 보인다. 드라마 ‘상냥한 시간’의 테라오 아키라를 닮은 온화한 얼굴이다.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도 부드럽다. 그의 안내에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도자기로 가득하다. 이치노세 도자기들은 옛날 가라츠 도기와 닮은 수수한 빛깔이 특징이지만 이곳 마루타 가마의 도자기들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유약으로 소금을 넣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염유’는 독일에서 온 기법이다. 마루타씨가 설명을 덧붙인다. ‘이치노세의 부흥에 힘을 쏟았던 아버지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분은 아니었어요. 덕분에 저도 좀 자유로웠지요. 조형보다는 기능을 공부하고 싶었고 전통에 매이지 않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어요. 물건은 시대 흐름에 따라서 변하는 거잖아요.’ 
 
공방에 들어서자 건조중인 작품이 두 점 눈에 띈다. 그가 한 달 전에 만들었다는 향로다. ‘앞으로 작품이 모아지면 함께 구울 겁니다.’ 카메라를 꺼내고 스마트폰의 녹음 어플을 켰다. ‘제가 빛을 등지고 있어서 작업하는 모습이 잘 안 찍힐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작업장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카메라가 적응하는 수밖에. 윙- 물레가 돌아가는가 싶더니 흙덩어리가 마술처럼 그릇으로 변했다. 큼직한 찻잔이다. ‘시간이 별로 안 걸리네요.’ ‘이미 익숙해졌으니까요! 크기가 금방 손으로 잡히거든요.’ ‘자료를 보면 21세 때 도예전에 입선하신 걸로 돼있는데 작품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어려서부터 아버지 옆에서 배웠어요. 가마가 놀이터였으니까요.’ 다른 길을 생각한 적이 없다. 도예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나면서 이미 아버지 뒤를 이을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는 도예가의 운명이었다.
 
‘다음은 이걸 한번 마무리해볼까요.’ 그가 스티로폼 박스 안에서 반쯤 건조된 찻잔을 꺼냈다. 지금 막 만든 찻잔과는 크기가 다르다. 같은 건데 건조되면 크기가 20% 정도 줄어든단다. ‘이 정도 되기까지 며칠 정도 건조시키나요.’ ‘날씨가 좋으면 3, 4일 흐릴 때는 1주일 정도 걸립니다. 지금이 깎아 다듬기에 딱 좋을 때입니다. 너무 딱딱해도 안되니까. 깎고 나면 더 마르면서 더 작아질 겁니다. 크게 만들어 작게 완성하는 것이 도자기입니다.’
 
가마로 통하는 공간에 파란색 플라스틱 통이 보인다. 안에 흙물처럼 생긴 게 들어있다. ‘이건 나무의 재입니다. 기계를 돌려서 섞은 다음 3회 정도 걸러서 여러 가지를 더 섞어 유약을 만듭니다.’ 그는 기계를 몇 번 돌려 보여주더니 가마 쪽을 향한다. ‘이쪽이 가마입니다. 그릇이 모아지면 몇 단으로 높이 쌓아서 앞뒤 몇 겹으로 넣습니다. 가마 안을 꽉 채우는 거지요.’ ‘한 달에 몇 번 정도 불을 지핍니까.’ ‘그렇게 자주 못합니다. 일 년에 2, 3회 정도입니다.’ ‘가마의 불을 얼마 정도나 지속하나요.’ ‘3일간입니다. 첫날은 천천히 가마를 데우고 둘째 날 온도를 점점 높인 다음 마지막 셋째 날 본격적으로 불을 넣습니다.’ ‘가마온도는 어느 정도까지….’ ‘1,250도가 기준입니다. 이런 게 있습니다. 제이겐이라는 건데 이걸 가마 안에 함께 넣어둡니다. 가마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거든요. 그곳에 두고 관찰합니다. 1,250도 정도 되면 이것이 구부러집니다. 구부러지면 안에 넣어둔 물건들이 다 구워진 겁니다.‘
 
‘가마 안에 이런 것도 넣어 둡니다.’ 그가 작은 술잔모양의 종지를 보여준다. 옆에 구멍이 뚫려있다. ‘이건 샘플 같은 겁니다. 가마 안에 네 개를 넣어둡니다. 중간 중간 이걸 꺼내서 안에 구워지고 있는 도자기의 상태를 관찰하는 거지요. 더 높은 열로 구워질수록 겉에 바른 유약의 문양이 넓어지지요. 기념으로 하나 가져가시겠습니까.’ 벽면에 나란히 세워둔 것 중 두 개를 골라준다. ‘친구들끼리 술을 돌려 마실 때 쓰면 재미있어요.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어야 하니까. 마시지 않으면 내려놓을 수 없거든요. 갑자기 물에 넣어 식힌 거라서 단단하지는 않습니다. 깨지기 쉬우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도자기 제조법이 한국에서 온 기법이라는 걸 강조했다. 한국인인 나에 대한 배려만은 아니다. 자료에도 적혀 있었으니까. 안쪽 벽면의 가장 높은 곳에도 한국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스스로 작품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게 되면 자랑스럽지 않은 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일 텐데. ‘내 작품의 원류로서 한국 도자기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규슈는 특히 한국 도자기 영향이 큰 곳이지요. 혼슈 쪽으로 가면 오사카라든가 아이치 현은 일본의 전통기법이 많지만 규슈지방은 조선 기법이 강해요. 물레를 돌리는 방향이라든가 발로 굴리는 방법조차도 한국에서 온 겁니다. 원래 일본 물레는 손으로 돌렸어요.’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었더니 그가 앨범을 한 권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요즘 도자기로 벽화를 만들고 있거든요. 도벽은 벽면 전체를 분할하여 하나씩 구워서 조립하는 작품입니다. 먼저 전체 디자인을 정하고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번호를 붙여서 하나하나 자릅니다. 그런 다음 색을 칠하고 유약을 발라 구워냅니다. 마지막으로 벽면에 조립과정을 거칩니다. 두께도 각각 다릅니다. 겹치기도 하죠. 그릇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요. 이 작품은 가로 길이가 10미터인데 500매 정도 만들어 조립했습니다. 인상에 남는 작업이었어요.’ 그가 보여준 사진은 후쿠오카 시내에서 유명한 건물인 아크로스 후쿠오카의 지하 2층 벽면 도벽이었다. 
 
‘작품 활동에 어려운 일도 있겠지요?’ ‘전에는 도자기가 물건을 담아두는 그릇으로 많이 쓰였어요. 지금은 플라스틱이 대체를 하고 도자기는 주로 작은 식기로 쓰이죠. 다들 밥을 먹지 않고 빵을 먹거든요. 밥을 먹어도 그 양이 적고. 그러니까 작게 만들어야 해요. 옛날에는 커피 잔을 쓰지 않았잖아요. 일본인들은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고. 지금은 커피 잔을 만듭니다. 전에는 재떨이도 만들었는데 요즘은 금연이 대세라서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까 만들지 않고요. 우메보시라든가 락교를 넣는 큰 통도 전에는 도자기였어요.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려면 허리에 좋지 않으니까 다들 쓰지 않아요. 생활이 달라지고 있는 거죠. 점점 값싸고 편리한 플라스틱에 밀리고 100엔 샵같은 가게들이 생기죠. 100엔샵에서 많이 팔리는 종류의 물건은 이곳에서 만든다 해도 팔리지 않아요. 수제품이라서 가격이 비싸니까.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돼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물건은 경쟁력이 없어요. 누구나 간단하게 흉내 낼 수 있는 물건으로는 안 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옛날에 산속에서 그릇을 굽는 사람들은 그릇 수입만으로 못 먹고살았어요. 농사도 짓고 그릇도 굽고 했지요. 그때는 지금처럼 몇 단을 쌓는 게 아니고 10매 정도 씩 겹쳐서 구웠어요. 그들은 취미가 아니고 먹고살기 위해서 그릇을 구웠지요. 직업으로서 도예는 팔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도자기로서 생활용품은 보기에 이쁘고 쓰기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일본의 문화와 잘 어울리는 자기만의 독특한 물건으로. 작품구상은 언제나 즐거움이자 괴로움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하나씩 열리는 걸 경험한다. 평소에 도자기를 좋아하지만 구체적으로 접해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마루타씨 덕분에 몰랐던 도자기의 세계에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은 늘 어렵다. 준비한 그릇의 크기만큼 담아 올 수 있는 건데…. 내용을 정리할 때면 항상 그릇의 옹색함을 절감한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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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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