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오두막 위쪽에 낡은 공원이 있다. 개장된 지 오래되어 평소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시설이 낡았다 해도 도립공원 규모다. 있을 건 다 있다. 캠프장에 정자, 운동장시설까지 갖추었다. 위쪽으로 청소년 수련시설까지 있어 낮 동안 관리인이 상주하는 곳이다. 
 
낮에도 사람 구경 힘든 곳이니 아침이 형편 무인지경인 건 뻔한 사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인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공원에 올라갈 때마다 풍광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접수하기로 했다. 눈을 뜨면 공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침 공원은 일각이 필수다. 광량이 충분치 않아 손 떨림이 발생하기 쉬운데다 줌이라도 땡기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은 삼각대보다 기동성이 뛰어나다.
 
 벚나무가 줄지어 선 진입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관리소 건물이 보인다. 사람은 없다. 아홉 시가 다 돼서야 직원이 출근하니까. 관리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히노키 숲이 시작된다. 히노키는 맺힌 데 없이 일직선으로 자라는 게 특징이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울창한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볼수록 장한 숲이다.
 
숲 속으로 깊이 들어서면 숲 향기가 상큼하게 다가온다. 나뭇잎이 토해내는 날숨과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까지 가세해 숲은 한층 신비로워진다. 간벌을 하느라 중간 중간 베어낸 나무 등걸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간간이 정적을 깨는 새소리만 들릴 뿐 숲은 아직 잠들어 있다.
 
숲이 언제나 고요하기만 한 건 아니다. 숲 전체가 바람으로 요동치는 날도 있다. 때로는 산허리를 감도는 짙은 안개를 만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아침 숲은 반짝이는 햇빛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훨씬 많다.
 
산봉우리에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속에 키 작은 잡목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숲 속의 아침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는 시간. 숲이 준비한 아침 드라마가 절정을 이루는 순간이다. 숲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아침 햇빛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별천지가 따로 없다. 사진을 빛이 만든 그림이라 한다면 그건 아침풍경에 딱 맞는 표현이리라.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만큼 신기한 물건이 있었을까. 카메라는 화가들의 노역을 한방에 해결해 준 마법상자였을 것이다. 진화를 거듭한 카메라로 인해 지구촌 구석구석 사진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과잉은 권태를 부른다. 사진이 시시해져 버린 세상임에도 셔터 누르는 일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은 뭘까. 그건 호기심이 아닐까. 사각 프레임 안에 떠오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근거림 같은 것. 두근거림에 이끌려 나는 아침마다 3인치 액정 모니터 속의 세계로 탐험을 떠난다.
 
덧붙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휴대폰과 카메라 사진이 섞여있다. 휴대폰 사진은 카메라에 비해 아직 표현이 제한적이긴 하다. 17년 전 처음 손에 넣었던 니콘 디지털 카메라도 장난감 수준이었다. 당시 아무도 그걸 카메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화질도 필름카메라를 따라가지 못했고 기능도 보잘 것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진화를 거듭하더니 결국은 필름카메라 생산라인을 철수시켜 버렸다. 충격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디지털 카메라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호로서 살아남겠지만 일반적인 사진에서는 휴대폰에 현저히 밀리는 추세다. 무엇보다 휴대성에서 밀린다. 휴대폰은 카메라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휴대성은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할 정도로 큰 장점이다.
 
이제 어디서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세상의 변화는 점점 시간을 압축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는 휴대폰 카메라의 진화를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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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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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청에서 근무.

 

오마이뉴스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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