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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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지마(宇和島) 여행 1

 

 막차라 손님도 별로 없었다. 운전사에게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자 7시10분 도착 예정이라고 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그가 되물었다. 숙소는 정하셨느냐고. 이 시간에 들어가면 차편이 끊어져서 다시 나올 수 없으니 걱정되어 묻는다 했다. 숙소는 정했다. 민숙 다이카츠마루. 하루미 씨 소개였다.
 
 해가 뉘엿뉘엿 수평선에 걸쳤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한 시간이나 들어가서야 어둑해지는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다. 출발 전 전화로 확인했었다. 오후 6시경에 우와지마 역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곳 미즈가우라까지 연결되는 버스가 있느냐고. 역 앞 정류장에서 6시10분 버스가 있다고 했다. 코스모 주유소에서 내려 뒤편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말을 허투루 들었다. 마을 안 버스 승강장까지 가서 내렸고 한참을 되짚어 걸어와야 했다. 숙소 위치를 물어보려 해도 사람이 없다. 로쿠스라는 스마트폰 어플이 그때만큼 유용했던 적이 없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 여주인이 깜짝 반가워했다. 버스가 지나갔는데도 보이지 않아 몇 번을 들락거렸다면서 전화를 걸어볼까 하던 참이라고 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이곳은 벽지라서 버스가 승강장만 서는 게 아니고 승객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주유소 앞에서 내려달라 했으면 편했을 텐데 괜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버스가 정류장에서만 서는 줄 알았다. 하지만 괜한 고생은 아니었다. 해 저무는 바닷가 풍경이 근사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별채 방을 안내받고 짐을 풀었다.
 
 씻고 식당에 내려갔을 때는 이미 8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다다미 방에 아담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담긴 3가지 생선회가 메인 요리였다. 시장기와 어우러져 회 맛이 달았다. 처음 먹어보는 종류의 생선회들이었다. 무슨 생선이냐고 물어보니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요즘 제철인 아지(전갱이)가 맛이 있을 거라 했다. 옆에 있는 카사고(쏨뱅이)와 이토요리 다이(실꼬리돔)도 못지않게 맛이 각별했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그녀가 생선회 밑에 깔아둔 양파를 가리켰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니 안심하고 맛있게 드시라고 권했다. 이어서 생선조림이 나오고 굴 구이와 도미볶음밥도 나왔다.
 
 저녁식사를 마칠 때까지 여주인이 내내 옆에 앉아 시중을 들어줬다. 올해 일흔 한 살 야마시타 마사코씨. 40년 넘게 해온 일인데도 나이가 드니 힘이 부친단다. 그래서 손님을 많이 받지 못하고 한 두 팀 정도만 예약받아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바깥양반도 나이가 많아 둘 중 하나가 일을 못하면 가게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곳은 메뉴가 정해져 있지 않다. 바깥양반이 바다에 나가 낚시를 드리우고 그날 걸리는 놈이 저녁요리다. 물론 계획은 하고 나간다. 시장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맛있었을 음식이었다. 혹시 허탕치는 날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 양반에게 이곳 앞바다는 손바닥처럼 훤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상에 올라오는 생선 종류가 철에 따라 달라진단다.
 
 뒤에 나온 큼직한 굴구이에도 사연이 있었다. 사케를 좋아하는 동네노인이 바다에 나가 따온 것이다. 가끔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했다. 오늘은 바다에서 굴을 따왔는데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돈은 받지 않는다 했다. 굴을 가져와서 술 한잔 얻어먹으면 그만이다. 물물교환 방식인 셈이다. 양식굴이 아닌데도 굴은 큼직하고 맛이 있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벽에 장식된 에테가미가 눈에 띄어 출처를 물었다. 도쿄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거란다. 친구에게 이곳에서 잡히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갈무리해서 보내주곤 하는데 나는 뭘 보내주면 좋겠냐고 묻길래 네가 그린 에테가미를 보내달라 했단다. 벽에 걸어놓으면 손님들이 좋아 할테니까. 학교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던 친구인데 지금은 나이 들어 노인교실에서 에테가미를 가르치고 있단다. 이것도 물물교환인 셈이다. 물물교환은 이곳에서  익히 봐 온 풍경이다. 관계에 돈이 끼어들면 마음을 놓친다는 것이다. 이 양반들은 태곳적 경제생활 방식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누리면서 산다.
 
 오늘 밤 이곳에 한 팀이 더 묵고 있다. 멀리 홋카이도에서 온 사람들이다. 일 년 전쯤 남자 하나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었단다. 하룻밤을 묵고 갔는데 이곳을 잊지 않고 이번에는 승용차로 아내와 함께 왔단다. 갓 잡아 올린 자연산 식재료에다 정성까지 지극하다. 한번 와 보면 쉽게 잊힐 수 없는 곳이다.
 
 요금은 아침까지 두 끼 식사를 포함해 6천 엔이다. 낚시를 하고 싶다면 예약할 때 이야기해 두면 된다. 5천 엔을 더 지급하면 이튿날 오전에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한다. 낚시도구는 준비되어 있지만 본인이 가져와서 해도 된다.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에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근사한 만찬이었다. 저녁식사로는 상당히 많은 양이었는데 게눈 감추듯 해치워버렸다. 상을 물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푹신한 자리에 누웠다. 고단한 하루였다. 다누시마루에서 시코쿠까지는 먼 거리였다. 아침 일곱 시 반에 집을 나서 벳부까지 두 시간 동안 기차를 탔다. 시내버스로 부두까지 이동한 다음 시코쿠의 야와타하마까지 또 두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다시 기차로 한 시간 동안 우와지마로 이동하여 거기서 또 최종 목적지인 미즈가우라까지 버스를 한 시간 더 타야 했다. 한 곳이라도 차편을 놓치게 되면 오늘 중에 도착할 수 없는 빡빡한 여정이었다.
 
 그뿐 인가. 일본 교통요금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교통비만 만 엔이 넘게 들었다. 그래도 꼭 한번 와야 할 곳이었다.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오길 잘했다.  먼 길의 노고를 한 방에 해결하는 저녁식사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 같은 하루였는데 마무리가 절정이었다. 잠들기 전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살펴보면 우리 삶이 온통 드라마로 가득할 텐데 바쁘게 사느라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고.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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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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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2016.06.03 10:06:04

작년 가을 걸었던 곳이네요~

민숙 다이카츠마루 가보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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