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죠?
일주일째 문이 닫혀 있다. 충무로 인쇄 골목에 있는 할머니의 옷가게. 40년 넘게 헌 옷을 모아 팔고 계신다. 할머니와 가게는 걸린 옷들만큼이나 낡았다. 닫힌 가게 문이 할머니에게 일이 생겼음을 말해준다. 드디어 할머니가 나타났다. 교통사고가 있었단다. 허리에 보조기구를 두르고 계신다.
김성일, 할머니 이름이다. 할머니와 가게 사진을 찍은 지 3년이 됐다. 오늘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바싹 다가가 앉았다. 멀리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해진다. 덩달아 사진도 명확해졌다.
늙은이 찍어서 뭐 하려고? 하셨지만 사진을 들여다보는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옷걸이들이 붉은 노끈에 얼기설기 묶여 있다. 그 끈을 의지 삼아 할머니도 옷들도 그렇게 오늘을 넘긴다. 노끈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가게와 할머니가 함께 나이 드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
(2년 전에 쓴 글이다. 그해 가을 할머니는 은퇴했고 지금은 옷가게 대신 호떡집이 생겼다.)
유장한 수필 한 편을 읽은 감동입니다.
작가마당에서 구독료 청구서가 올 것 같은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