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_01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중에서/천양희>
스프레이 자국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품 완성 마지막 단계에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생긴 패턴들이다. 뿌리는 시간과 위치가 달라 서로 겹치지며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 아저씨(강한준 님) 공장은 청계상가 옆에 있다. 청계상가를 사진에 담을 때 처음으로 만난 분이다. 여름에도 늘 조끼를 입고 팔토시를 하신다. 용접 시 튀는 불꽃으로부터 옷과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가끔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나눠주신다. 세운상가를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많다. 정작 당신들은 그 사진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사진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일상과 멀어지는 순간이다. 당신 가게 앞에 나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가 같다.
다시 찾은 상가는 조용하면서 어수선했다.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하는 <다시·세운 프로젝트> 공사 중이었다. 2019년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시작해 세운상가군을 지나 중구 남산공원까지 이어지는 보행로가 완성된다. 2단계 구간의 핵심은 세운상가군 덱과 공중 보행교 주변의 공공 공간을 재정비해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경기가 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단다. 가게를 찍은 사진집을 드렸더니 뇌물이라며 크게 웃으신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상가들은 아직 조용하다. 서울시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소상인들을 위한 것이면 좋겠다.
다시 세운 세운상가, 어떻게 변할까 기대됩니다. 예전엔 참 많이도 찾았었는데...
.마지막 사진, 참 좋네요. 흰것에서도 더욱 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