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길 위에서 #28
장소만 기억이 난다.
절물휴양림, 어느 저녁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날이었고,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남아있는 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친구들의 뒷모습이 이랬던가?
분명 내 절친한 친구들은 맞는데 뒷모습만 보고는 누구인지 가물거린다.
이 친구 같기도 하고 저 친구 같기도 하고….
사진정보를 보면 날짜가 나올 것이고,
지난 다이어리를 찾아보면 뒷모습의 면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이 선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싶다.
그냥 나도 궁금해 하자.
이 사진을 보여주면, ‘그게 나야!’ 할 친구가 분명 있을 테니까.
살아온 세월만큼 길을 걸었다.
오랫동안 길을 걷다 보니 잊혀지는 것도 있고 더욱 생생해지는 것도 있다.
잊혀지는 것이라고 아픈 것도 아니고,
생생하다고 해서 기쁜 일만도 아닌데,
어떤 길은 희미해지다 사라지고, 어떤 길은 더욱더 생생해진다.
이제 다시 더듬어 생생한 길만 걸어도 다 걷지 못할 삶의 분량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