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꽃을 찾아 떠난 여행(4)-사스레피나무’
사스레피나무는 사철푸른 나무다.
제주도 해안가에서는 바람에 시달리며 자라기 때문에 어른 무릎 높이에 이르는 나무가 없다.
그러나 바람이 잦은 곳에서는 4-5미터 크기까지 자라난다.
사람 키보다 큰 나무 아래에 서면 그나마 사스레피나무의 꽃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의 눈높이보다 낮은 나무에서 핀데다가 이파리 아래쪽에 피어난 작은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아주 작은 종을 닮은 꽃이 이파리에 숨어 다닥다닥 피어있지만,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이들에게나 보이는 꽃이다.
식물도감에는 4-5월에 핀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동백이 피어나는 시절에 그들도 피어난다.
아니면 그보다는 조금 늦게 피어나긴 하지만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시절에 피어난다.
그래서 종종 꽃샘추위에 피어난 꽃들이 얼어 터지기도 한다.
그러나 꽃들은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일 얼어 터져도 오늘 피어날 수 있으면 피어나는 것이 꽃이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칼바람이 불어오는 제주 해안가에서 그들을 만나면
그들을 감추고 있는 이파리가 밉지 않고 고맙게 느껴진다.
그들에게 어쩌면 허세 혹은 자랑은 불필요한 듯하다.
꽃이 피었다고 자랑하다 꽃을 잃느니 꼭꼭 감추어가며 열매를 맺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