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불면 처녀치마 보러 가자”
꽃 이름이 참 야릇했다.
‘처녀치마’, 도대체 어느 부분이 치마일까?
보랏빛 꽃이 치마 같기도 했고, 푸른 이파리가 치마 같기도 했다.
이 꽃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새롭다.
이른 봄,
산행을 하고 있는데 야생화 모임인 듯 보라색 작은 꽃을 하나 두고 옹기종기 모여있다.
처녀치마, 보호종까지는 아니지만 흔하지 않은 꽃이기도 하다.
그들이 떠난 주변은 처녀치마가 아닌 다른 여린 풀들이 온통 짓밟혀 있었다.
아직은 다 피어나지 못한 꽃, 그래서 다음날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그 꽃은 파헤쳐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미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는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사진을 담고는 꺾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새끼 새들의 다리를 순간접착제로 나뭇가지에 붙여놓고 어미새를 유인해서 사진을 찍는 것과
좋은 사진을 찍겠노라고 금강송을 베어내는 행위와 뭐가 다른가?
그 이후, 나는 야생화사진을 찍을 때 자연상태 그대로 담는 법을 훈련했다.
많은 이들이 모델(?)을 발견하면 주변정리를 하면서 애써 피운 꽃들을 힘겹게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자연 그대로가 좋다.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꽃, 몇 해전 어느 날 강원도 모 산에서 행운처럼 군락지를 만났다.
봄에 꽃바람이 불어 처녀치마가 보고 싶으면 그곳으로 향하곤 했다.
아직 그곳은 건재하지만 주변의 산들이 마구 벌채되어가고 있으므로
언제까지 그곳에서 그들이 피어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이번 봄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무슨 꽃일까 했더니 '처녀치마'
다시 위로 느릿 느릿 봅니다ㅎㅎㅎ
보라빛 나풀거림이 신비로운 설레임일까요.
캉캉 치마처럼 발랄하고 다양하게 펼쳐질듯 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