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고공으로
땅바닥으로
두 다리를 가지고 땅에서 걸어야 하는 사람이
새처럼 하늘로 기어오르고 벌레처럼 땅바닥을 기고 있다.
그들이 굴뚝과 전광판과 빌딩옥상에 오를 때,
또 다른 노동자들은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
살려고 오르는 거지
죽으려고 오르는 건가
용산 남일당 망루가 떠오르다.
연기와 불길 속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절규하던 그들의 목소리도.
...
굴뚝 고공농성 스타케미컬 차광호씨, 408일 만에 땅을 밟는다.
무사히 내려오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신승현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평일에는 개미처럼 일하는 회사원,
주말에는 배짱이처럼 사진놀이하고 있다.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멋도 모르면서 혼자 카메라 들고 무작정 나섰었다.
낯선 동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셔터를 눌렀댔다.
사람이 좋다. 눈과 눈 마주침이 좋다. 썰 푸는 삶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