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네 마음에 비친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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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 가면 으레 도솔천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걷다 보면 저 앞에는 묵묵히 포행에 나선 스님도 걸어가시고, 뒤편에는 한껏 들떠서 얘기를 나누는 관광객들도 따라온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것이 우리네 사는 모습이기도 하다.

도솔천에 나무 그림자가 비치듯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내 모습을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기도 하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도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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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고 말처럼 길을 걷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선운사 천왕문에는 그런 인간 군상의 모습을 잘 표현한 생령좌(生靈座)가 있다.

생령좌는 좌대(座臺)의 한 형태로 사천왕이 밟고 서있는 악인의 모습으로 흔히 표현된다.

특히 선운사 생령좌에는 ‘음녀(淫女)’로 일컬어지는 여인의 모습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잘못을 짓고도 샐쭉해 있는 그녀의 표정이나 혹은 권력에 어떻게든 빌붙어 보려는 관리의 모습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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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저런 사람이 섞여 사는 곳이 세상이니 늘 내 생각과 같고, 나와 꼭 맞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피하고 볼 일도 아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들은 ‘나를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삼인행이면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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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세상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문고리와 배목’ 같은 관계일지도 모른다.

문고리 모양이 아무리 그럴듯 해도 문고리를 걸거나 잡아주는 배목이 없다면 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버틸 힘이 되어주고, 다른 누군가는 내게 기댈 의지가 되어주는 마음 맞는 도반!

문고리와 배목 같은 그런 도반이 있다면 길고도 짧은 인생길이 아주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선영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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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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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alker21

2015.06.09 17:54:51

세번째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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