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강진 백련사 (1) 
 
백련사 하늘에는 오늘도 물기 머금은 구름이 가득하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구강포는 오늘도 온전한 속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몇 번을 다녀가는 백련사건만 어쩐 일인지 맑은 날씨를 만난 것은 손에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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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를 얘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백이다.

백련사에 도착한 사람들은 입구에서부터 고스란히 이어지는 동백꽃 길을 따라 절 입구에 다다른다.

절은 동백 숲과 차밭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이어진다.

백련사의 아암 혜장 선사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오가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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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아름다움에 취해 걷던 그 길에서 나는 이내 뜻밖의 이별을 만나고 말았다.

선홍색 눈물 한 방울로 이별을 알리는 동백.

그니는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것으로 이별의 말을 대신한다.

그녀는 늘 그렇게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한창 취해있을 무렵, 붉고 화사한 모습 그대로 훌쩍 떠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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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아마도 자존심이 무척 강한 꽃인가 보다.

잎에 대한 애정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마음 상한 그녀는 가차없는 이별을 택한다.

어쩌면 그니는 한 때나마 사랑했던 이에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별을 경고하는 한마디 말조차 듣지 못했던 잎은 절정의 순간을 택해 떠나버린 그녀 앞에 그저 황망할 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택해 떠나버린 그녀는 남은 이의 가슴을 1년 365일 붉게 물들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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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모습은 잎에 대한 순정을 지키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속내를 끝내 들켜버리고 마는 목련의 사랑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어느 이별이 아프지 않을까마는 희고 단아한 목련은 잎에 대한 자신의 순정을 그렇게 표현할 뿐이다.

목련의 이별이 애틋하다면 동백의 이별은 안타깝다.

똑같이 봄날의 사랑을 겪는 그녀들이지만 이별의 방식은 서로 그렇게 다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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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봄날 속에 그니는 떠났지만 나는 그래도 알고 있다.

계절의 시계가 한 바퀴 돌아 다시 봄이 오면 가슴 가득한 붉은 열정을 안고 그니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동백이 툭툭 떨어지는 어느 봄날.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나는 벌써 봄을 기다린다.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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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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