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사람들
이른바 ‘투잡’ 하는 사람도 있다. 여름철 오전 산판일을 마치고 오후에 다른 일을 또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선두에서 다른 사람들 일을 이끄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시키는 일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쓰러져 뇌수술을 받고 하던 일을 중지한 사람이 있다. 그러다 지인에 이끌려 산판에 온 사람이다. 풀을 베든 톱일을 하든 일단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이 힘겹게 보였다. 그는 한 달쯤 일하다 원래 하던 일 하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갔다.
봉지와 함께 작은 호미 하나를 옆구리에 차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일하다 보면 가끔 보이는 산 더덕, 도라지, 하수오, 영지버섯, 말벌집 등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는 사람들에게 그걸 판다고 한다.
예초기로 맹아줄기를 치다 튄 조각에 눈을 다쳐 이제는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깜깜한 새벽 도착해 헤드 랜턴으로 앞을 보며 함께 작업지로 오르던 사람들은 지난달이었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