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뜨거운 여름,
지난 일주일, 어떤 날은 너무 뜨거웠다, 목장갑을 짜야할 정도로 손에도 땀이 많이 났다, 어떤 날은 일 하는 중 소나기가 내렸다, 하루는 새벽부터 이슬비가 내리더니 일 마칠 때까지 내렸다, 새벽안개가 자욱한 날도 있었다, 다행히 먼저 벌을 발견해 쏘이지 않은 날도 있었다, 준비해간 물이 부족해 산꼭대기에서 마른 침을 뱉어낸 날도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여름을 겪을 때마다 내 안의 뭔가가 깊어지는 것 같다. 예컨대, 이길 수 없는 것들을 깨닫는 거. 이길 수 없는 것들을 이겨보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일들이 사라지고 있다. 전날 술 진탕 마시고도 다음날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든가,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종일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든가, 경사가 어떻든 사뿐사뿐 뛰며 일을 할 수 있다든가, 1년 12달 매달 25일 이상 일을 하겠다는 등의.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