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임업
현장이 고속도로 옆이다. 쉬는 시간에 기계톱을 끄고 앉아 있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이번 현장은 주로 낙엽송과 잣나무가 대부분이다. 솎아베기(간벌) 등 숲가꾸기를 표준에 맞추어 잘 관리한 현장이다. 나무들의 나이에 비해 굵기도 괜찮고 키도 크고 곧다. 풀베기와 어린나무가꾸기 등의 작업은 물론 솎아베기를 잘 해야 건축자재 등 보다 쓸모있는 나무가 되는데 더러 솎아베기를 거꾸로 해서 몇십 년 키운 나무들의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햇빛 경쟁을 하게 되는 밀식(촘촘하게 나무를 심는 것)으로 키를 키우고 키가 어느 정도 크면 잘 자랄 나무들이 나무 간 경쟁을 느슨하게 해 경쟁하지 않고도 햇빛을 잘 받게 해 뚱뚱해지도록(굵게) 하는 것이 솎아베기의 핵심인데 거꾸로 잘 자랄 나무들을 욕심에 미리 베어 팔아먹고 곧지 않아 커도 쓸모가 극히 제한적인 나무들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산판의 내심에도 욕심과의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말 그대로 표준을 지키는 인내가 결국 좋은 나무들을 키워낸다. 숲가꾸기가 제대로 진행된 이런 현장을 작업할 때는 말 그대로 ‘원목생산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고속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간 보던 산이 어느날 탈모된 것처럼 산 한 편이 휑해 있으니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지만 내년 봄에 조림을 할 계획이고 그로부터 10여 년 후면 작은 나무들이 있을 것이고 30여 년 후면 다시 그간 보던 모습의 숲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