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가을 노동
봄과 함께 1년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일하기도 좋은 가을, 역시 10월이었다. 땀도 잠깐 쉬면 말랐다. 전날 술만 많이 마시지 않았으면, 잠을 설치지 않았으면 일에 집중이 되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하루같이 10월이 갔다.
안면이 없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와 일을 하다 보니 함께 모여 점심을 먹어도 오가는 대화가 딱딱한 일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서로 떨어져서 각자 벌목하고 조재(일정한 길이로 나무를 자르는 마름질) 하는 ‘각자베기’로 일을 하다 보니 온종일 각자 혼자 있게 되어 하루 중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이삼십 분이나 될까 싶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였다.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기 바빴다. 그렇게 현장은 파했고 우리도 헤어졌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