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꿈
한국 영화 한 편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했다. 유럽과 미국을 석권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그러면서도 불안하다. 감독은 영웅 스토리로 포장될 것이고 영화는 돈벌이로 끝날 것이다. 벌써부터 감독의 생가터를 복원한다느니 영화 촬영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느니 하는 말이 떠돈다. 동상을 만들고 기념관을 만든다고 한다. 천박하다. 아카데미 상만 남고 영화의 메시지는 사라질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봉준호의 꿈은 무엇일까?
누가복음 17장에서 ‘예수’는 ‘예수’가 올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이야기한다. 바로 옆에 있는 예수 자신이 미래에 올 것이라는 말을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어디에 올 것이냐고 엉뚱하게 묻는다. 예수의 말은 무슨 뜻일까? 예수는 예수의 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수의 꿈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날이 오면 이루어질 새 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용서와 평등과 사랑의 날 말이다. 예수가 왕의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도 아니고 예수를 위한 교회가 군림하는 나라도 아니다. 예수에게는 ‘예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가 바라는 세상’이 중요한 것이다. 예수가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가난과 불평등의 사회문제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가난과 불평등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거리의 투명인간인 노숙자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한 평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가난을 상품화하여 소비하는 자들이 저주의 대상으로 보여야 한다. 아카데미 상으로 돈벌이 하려는 자들이 비정상으로 보여야 한다. 봉준호의 동상을 만들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동상을 만들어야 하고, 영화 촬영 장소를 상품화할 것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욕심을 상품화해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그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생충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가 기생충인지 보여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봐야한다. 그리고 기생충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꿈이다. 예수의 꿈은 기생충이 스스로 기생충인 것을 깨닫는 날이 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필히 읽어야 할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