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여덟부터 열셋까지 6년을 한결같이 굽이굽이 시골 오리 길을 30분씩 걸어 초등학교엘 다녔다.
야트막한 숲을 지나고, 작은 개울도 건너고,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선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만 어느 날도 늦거나 빠지는 적은 없었다.
질척거리는 장마철엔 넘어져 되돌아와 옷 갈아입고 다시 가기도 했고 추운 겨울날엔 아버지께서 가방 들고 동행해 주기도 하셨다.
 
그 길에서 하굣길엔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곤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색깔과 향기에 취하기도 했고, 한여름 뜨거운 햇볕과 한겨울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한나절을 네 잎 클로버 찾는 것으로 소진하기도 하고, 꽃반지, 화관을 만들어 친구에게 걸어주기도 하면서, 풀피리를 불어주던 남자아이한테 마음을 뺏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 길에 서 있었다.
 
어쩌면 그 시절의 그 길이 각인으로 남아 늘 길을 나서고 싶은가보다.
일상에 치이고, 부대끼고, 아파하고, 자주 짜증내면서 배낭을 꾸리곤 했다. 고스란히 담아온 추억으로 다시 하루하루를 견뎌내곤 했다.
더 오래 버티려면, 사진으로 담아와 두고두고 회상하면 어떨까 하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사진 때문에 더 조바심내며 매주 출사를 나가고 다시 여행을 꿈꾼다.
 
les301.jpg »  아침고요수목원을 가려던 건 아니었다. 지난겨울 하얗기만 하던 자작나무숲이 연초록 옷을 갈아입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새벽을 달려 인제리에 닿았건만 봄철 산불조심기간이라 입산금지란다. 그냥 돌아오기는 억울해서 일주일 만에 다시 아침 고요 수목원으로…. 여전히 봄볕이 곱다. 
 
les302.jpg » 인조 돌다리지만 꽃무늬 원피스의 소녀가 콩콩 달려올 것만 같이 이쁘게 길을 내고…. 연못은 물빛도 곱다.

 

les303.jpg »   지난주의 그 홍매화가 이렇게나 미친 듯이 만개했다. 덩달아 봄은 절정으로 치닫고 꽃이 떨어진 자리엔 곧 녹음이 우거지겠지.

 

les304.jpg  

les305.jpg » 연인이다. 남자의 굽은 허리만큼 사랑이 가득하다.   
  
les306.jpg » 연인이다! 같이 찍은 셀카라도 들여다 보는 듯~
  
les307.jpg » 연인은 서로 바라보고 있고, 부부(?)는 서로 딴 짓 하고 있고, 홀로 셀카봉 들고 온 여자는 사진 찍어주는 연인이 부럽기만 하다. 바야흐로 봄이다.  
 

les308.jpg »  심술 난다. 꿈결같이 고운 봄날도 심술 나고, 그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도 심술 나고, 봄날에 녹아든 다정한 연인들도 심술 나고, 그 다정한 연인들이 떠올리게 하는 옛사랑도 심술 나고, 이럴 때를 대비해 기껏 얼려온 맥주가 아직 꽝꽝인 것도 심술 난다.

 

 

fleees01.jpg

이은숙 작가는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를 수료하고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을 수료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며 포토저널 정회원 및 사진기자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