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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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녹차밭에서

 
게으름은 사진에서도 묻어난다.
비 내린 이른 아침, 물빛과 풀빛 내음이 어우러진 녹차밭을 그냥 거닐었다.
좋은 공기, 향기로운 내음이 스며드는 걸 온 몸으로 느끼면서.
그렇게 녹차밭은 옆에서 누가 말 걸어 주지 않아도 침잠해서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수다 떨고 싶어지는 풍경이었다.
 
양쪽 어깨에서 달랑거리는 필카와 디카는 서로 먼저 셔터를 눌러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손에 든 삼각대조차 거추장스러울 따름이었다.
아마도 ‘남과 다르게’가 자신 없어서였을 거다.
 
지인 한 분은 사진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속에 들어가 있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었다.
들어가 보고 싶은 풍경은 맞으나 누군가로 하여금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게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오히려 카메라를 내려놓고 싶었다.
 
둔한 발걸음으로 버겁게 전망대에도 올라봤다.
셔터질을 않으니 녹차밭 한가운데서 진상 떠는 진사님들도 정겨웠다.
시야를 거슬리는 무덤들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부러웠다.
주검일지라도 좋은 곳에 머물 수 있으니 행복하지 않겠는가.
 
남들과 똑같은 인증샷 몇 컷 찍고, 살진 아낙의 둔부 같은 굴곡도 담아보고, 녹차밭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나무밭으로 향했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

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

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les230001.jpg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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