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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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에서

 

이제껏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낙안읍성을 우연찮게도 올 봄에 연거푸 두 번을 다녀왔다.
초가지붕들 사이사이로 솟아오른 감나무의 새잎들이 가장 이쁠 무렵에 큰 기대를 안고 낙안읍성을 향했었다.
캄캄한 새벽, 손전등을 켜고 성곽길을 걸어 올랐지만 그곳엔 이미 전국의 진사님들께서 진을 치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햇님은 잔뜩 찌푸린 하늘 사이로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꼭 한 달 만에 떠난 남도여행에서 다시 낙안읍성을 들렀다.
정오 무렵, 5월 하순이라 믿기 힘들만큼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마을 안 오랜 정자 그늘서 한참 동안 오가는 사람들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낙안읍성이 려말선초 왜구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세워졌다지.
7~800년 전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휴일을 맞은 무수한 인파 속에서 현재의 사람들과 상상 속 과거의 사람들이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흩어지곤 했다.
 
본격적으로 옛 흔적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신기하게도 빈집이 거의 없이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순하디 순한 선을 그려내는 초가지붕과 그에 걸맞은 흙벽에 툇마루, 따뜻하고 정갈한 부엌에선 금방이라도 장작이 타오르는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유혹도 있었다.
외로움도 있었다.
다정함도 있었다.
두려움도 있었다.
나른함도 있었다.
간절함도 있었다.
그리움도 있었다.
 
과거의 사람들도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무심코 지나칠뻔한, 아마도 자칭 소원비는 집에서 미소가 아름다운 아주머니를 만났다.
한참을 수다 떨다가 그냥 나오기 무안해서 소원지가 얼마냐고 여쭈었다.
됐다고 하신다.
그래도 소원에 효력을 담기 위해 주머니를 털고, 아주 통속적인 바람을 적어 새끼줄에 꽁꽁 동여매두고 나온다.
 
소원지 덕일까.
안 빠져 마음고생 하던 부동산에서 반가운 소식도 온다.
영락없는 속물이어도 지금의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옛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도 누구나 같은 모습일 거라 자위해 본다.
 
두 번의 낙안읍성에서 악천후(?)를 딛고 조심스레 사람들 속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

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

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les230001.jpg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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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yun

2016.07.29 17:33:00

가보고 싶은곳 낙안 읍성.

5년전 홀로 차를 몰고 통영 벌교 남해 순천 전주등등을 돌아다닐때

시간이 안되 못갔던 곳.. 다시금 가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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