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 문화마을에서
1년 전 이맘때, 겨울 초입에서, 스산한 계절보다 더 스산한 마음으로 남도를 향했었다.
난생처음 무단결근이라는 걸 해가며, 카메라 배낭 하나 달랑 맨 채,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상처받은 이들을 남겨둔 채로, 패배자의 얼굴을 하고 남도를 헤맸었다.
통영으로, 소매물도로, 거제로, 부산으로…. 발길 닿는 대로 현실에서 도망쳐 있었다.
오쿠다히데오의 지로네처럼 동반할 가족이라도 있었다면 블랙코미디일지라도 유쾌한 ‘남쪽으로 튀어’였을까. 나선 김에 남쪽으로 남쪽으로 오키나와 본섬보다도 훨씬 남쪽의 이리오모테섬까지 배를 여러 번 갈아타고라도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었구 마무리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방황이 이제 끝을 맺으려고 하는 즈음, 1년 전의 그 부산을 끝으로 돌아오기 전날에 올랐던 감천 문화마을이 떠오른다.
아무리 이쁘게 포장해도 너절할 뿐인 일상을 숨길 수 없는 달동네 골목골목, 새로 빨아 널어놓았어도 왠지 후줄근해 보이는 옷가지들, 수건, 이불, 양말들은 만신창이가 된 나의 내면과 닮아 있었다.
어쩌면 그게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산토리니 이아마을처럼 이쁘기만 했다면 붕괴된 멘탈을 치유한다거나 다시 돌아올 엄두를 못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아와서 부딪쳐보기로, 비겁해지지는 않을 만큼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에 어찌됐든 말이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남쪽으로 튀어!
안에 있던 빨래들이 바깥으로 튀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