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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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방촌으로 오세요. >
 
오지 말라면 가지 않을게요. 어차피 오라고 한 적도 없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한 평 뿐인데요. 어디 간들 그 자리 없겠어요. 다만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좀 쓸쓸할 뿐이죠. 시뻘건 플래카드를 보니 오래되어도 익숙하지 않은 쓸쓸함이 살아날 뿐이에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돈 없을 뿐이고, 가족 없을 뿐이고, 몸 아플 뿐인데요. 나는 시각장애인이에요. 나는 두 발이 없어요. 난 고아이구요. 학교라고는 가 본 적도 없어요. 난 중학교를 중퇴했어요. 그래서 돈이 없어요. 우리의 잘못인가요?
 
우리 때문에 걱정인가요? 집값 떨어질까 봐 걱정되나요? 장사 안 될까봐 걱정인가요? 염려 마세요. 한 평 쪽방 빌려주면 한 달에 이 십 만원 받을 수 있어요. 강남보다 비싸요. 소주도 막걸리도 비싸게 팔 수 있어요. 카드 없어요. 현금 장사예요. 세금 낼 필요도 없어요. 돈 벌 수 있어요.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잖아요. 우리를 상대로 돈 벌잖아요. 우리를 이용해서 사업하잖아요. 빈곤 비즈니스 하잖아요. 아세요? 시에서 우리가 사는 쪽방을 무료로 고쳐줘요. 돈 많은 당신들 집인데요. 당신들은 신경 쓸게 없어요. 돈만 받으면 되요.
 
우리는 당신들을 이용하지 않지만 당신들은 우리를 이용하잖아요. 라면 가져 오잖아요. 김치 나눠 주잖아요. 옷도 쌀도 주잖아요. 그리고 사진 찍잖아요. 보람있어 하잖아요. 뿌듯하잖아요. 착한 일 한 거 잖아요.  그래서 홍보하잖아요. 자랑하잖아요. 우리가 상품이잖아요. 가성비 좋잖아요. 이번 성탄절에도 그럴 거 잖아요.
 
우리는 갈 데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지만 오지 말라면 가지 않을게요. 그런데요 한 가지 말해줄게 있어요. 우리에게 오는 것은 괜찮아요. 갈 곳 없으면 오세요. 돈 없고 병들면 오세요. 살다가 지치면 오세요. 언제든지 받아줄게요. 이야기 들어 줄게요. 밥도 같이 먹어요. 차별하지 않아요. 다른 건 몰라도 같이 울어줄 수는 있어요. 당신들처럼 오지 말라고 플래카드 걸진 않을게요. 맘 놓고 오세요. 쪽방촌으로 오세요. 언제든지...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kw10001.jpg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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