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장마
쪽방 장마는
우유와 소주와 빵을 먹을 공간과
장미꽃 한 송이 둘 공간을 빼앗아가 버렸다.
투명한 우산을 들고 거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스팔트가 검은 이유도
길 한복판에 앉아 있어도 차가 오지 않는 이유도
옥상에 널어둔 신발이 젖는 이유도
우산을 써도 비가 오지 않는 이유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이유도
먹어도 배 고픈 이유도
모두 쪽방 장마 때문이다.
터널같이 길고 어두운 쪽방 장마 때문이다.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