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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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나무공방 이야기

 

오두막 아래쪽에 공방이 있다. 기노누쿠모리칸(木のぬくもりかん ; 따뜻한 나무공방)이라는 곳이다.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스기나무가 빽빽한 진쟈 모퉁이를 돌아들어 가야 한다. 숲 속에 숨어 있으니 작은 간판조차 없다면 아무도 찾지 못할 곳이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하시모토 요시히코(橋本芳彦,58)씨가 두 아들과 운영하는 수제가구공방이다. 2층 건물인데 아래층은 기계작업실이고 위층은 아래층에서 만든 재료들을 조립하는 곳이다. 이층 한쪽에는 그동안 만든 의자들이 두꺼운 먼지에 속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의자는 잘 만드는데 파는 재주가 별로 없어 보인다.   
 
나는 그의 의자들을 좋아한다. 그의 의자는 보기 이쁘고 앉아보면 편안하다. 작품 구석구석에 만든 사람의 배려가 묻어난다. 처음에 이곳을 발견했을 때부터 자주 들락거렸다. 그의 의자는 언제 봐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번듯한 전시공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층 구석에 방치된 의자들을 볼 때마다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쌓여있는 의자들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의자 하나에 4만 엔 정도라니 의자 가격이 비싸서 일수도 있을 것이다. 대량생산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추세에 비추어 보면 4만 엔은 가볍게 지급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그는 본래 샐러리맨이었다. 홋카이도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그는 나무를 좋아해서 집안 가구들을 손수 만들던 사람이었다. 책상과 의자, 선반 등 집안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목공 취미에 빠져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출근 전까지 작업실에서 나무와 놀기 위해서였다. 퇴근 후에도 주로 공방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는 나무와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출근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었다면 공방은 숨통을 트는 공간이었다. 그가 만든 가구들이 집안에 더 이상 둘 곳이 없을 즈음 그는 좀 더 큰 것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통나무집을 짓고 싶었다. 잡지나 책에서 정보를 얻고 아는 사람에게 묻기도 했다. 땅은 보아둔 곳이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풍광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건물을 세울 부분은 10평 정도. 틈이 날 때마다 손수 땅 주변의 나무를 베고 뿌리를 캐냈다. 통나무를 골라 트럭으로 옮겨 싣고 집지으러 다니던 때의 즐거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작업을 서두르지 않았다. 집짓는 즐거움을 음미하기 위해서였다. 4년 걸려 마침내 통나무집을 완성했다. ‘나는 나무와 살아야 행복하구나!’ 그때 통나무 집짓기는 그의 삶을 바꿔 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통나무집을 친구에게 넘겨주고 회사를 그만뒀다. 서른다섯 살 때였다.
 
직업훈련학교 목공반 1년 과정에 등록했다. 목적은 수제가구 만들기였다. 열심히 배웠다. 모자라는 부분은 독학으로 채웠다. 1996년 그는 드디어 고향 다누시마루에 돌아와 공방을 열었다. ‘따뜻한 나무공방’의 탄생이었다. 사람들의 세세한 취향에 맞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만들고 싶었다. 손자 대까지 물려 쓸 수 있는 튼튼하고 좋은 의자가 그의 목표였다. 
 
그는 숲에서 얻는 원목을 재료로 쓴다. 그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자연 속에서 숨 쉬던 나무들의 생명을 일상 속에서 이어가는 일이다. 재단해 놓은 나무는 호흡을 한다. 습도에 의해서 늘기도 줄기도 하는 살아있는 소재다. 항상 나무의 성질을 잘 살펴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나면 접착부분이 풀어지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어려움이 그가 수제가구를 고집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나무는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소중한 파트너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한 시간이었지만 지금도 공방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하다. 그는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나무의 생명을 나누고 싶다. 나무가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보다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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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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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16.02.01 14:49:37

의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어지는 것이군요.

여덞번째 의자...유럽여행을 다닐 때 성당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기에 구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구경도 못했습니다.

지어진다...재미있는 표현입니다.

norlam

2016.02.02 13:46:36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신승현

2016.02.06 11:43:29

뚝딱 뚝딱, 어느것 하나 똑같지 않군요.

옹기종기, 완성품으로 모여 있는 의자에서,

기다림, 설레임, 정성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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