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마을 작가마당 연재 작가 중에서 이번에 김원 작가가 사진전시를 연다고 알려왔습니다.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원 작가의 작가노트와 사진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 열 네 번의 봄 >
열 네 번의 봄이 지나 갔습니다.
14년 동안 1, 2주 마다 한 번씩 갔으니 못해도 300~400번은 간 것 같습니다. 사진 찍으러 갔습니다. 찍고 또 찍었습니다. 열 번을 가고 백 번을 가도 늘 새로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봄이 올 때마다 흙집은 나이가 들었고 가마솥은 일손을 놓았습니다. 밭벼는 점점 줄어들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고라니는 늘어났습니다. 동광원에 계시는 분들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동광원은 경기도 벽제에 있는 기독교 수녀원입니다.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을 따르는 기독교 신자들이 세운 수도회로 1957년부터 독신 여신도들이 기도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한때 많은 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 분만 계십니다. 평생 노동과 기도로 자급자족하며 수도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늙은이들 사진 찍어 뭐 하냐고 손사래 치시며 꽃이나 찍으라 하셨지만 한해 동안의 사진이 담긴 사진책을 보고는 소녀가 되어 웃으셨습니다. 돈 들어가니 내년에는 만들지 말라는 말씀은 매년 되풀이 되었고 그 사이에 열 권이 넘는 사진책이 쌓였습니다. 작년에는 ‘피안의 사계’(눈빛)라는 제목의 사진집도 발간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사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진도 단순한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들은 나에게 삶의 에너지였고 내가 찍은 것은 그 분들의 사랑이었습니다. 가지 않을 수 없었고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분들로 인해 동광원은 늘 봄이었습니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는 봄의 나라였습니다. 올 가을도 여전히 봄입니다. 열 네 번째 봄입니다.묵은 사진을 꺼내 봅니다. 열 네 번의 봄도 있고, 14년의 세월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입니다만 한 분이 계시지 않습니다. 박공순 원장님. 평생을 동광원에 사시며 맨 손으로 모든 것을 일구신 분입니다. 2년 전 여름 어느 날 곡기를 끊으시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가셨습니다. “살아있으면 보고 죽으면 못 보고...” 모든 기력을 잃으신 후에도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손짓하던 모습만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원장님 사진을 전시합니다. 살아계셨으면 늙은이 사진 뭐 볼게 있냐고 하시겠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사진입니다. 내가 받은 사랑과 에너지를 갚는 길은 원장님을 사진으로 기억하는 것뿐입니다. 지금은 계시지 않는 원장님과 동광원 식구들에게 작은 전시를 바칩니다.
나는 동광원의 사진사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마니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