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3월 재선충 걸린 잣나무를 그루 떠 다음 작업자들이 뒤처리 할 수 있도록 짧게 자르는 작업. 완만한 지대이고 그루 뜬 나무들이 이중삼중으로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아무래도 작업속도가 빠르다.
일하고 있는 중에도 드는 생각이고 지금에 와서도 드는 생각. 노동 중, 근로 중, 힘쓰는 중, 돈 버는 중, 시간 보내는 중, 작업면적 먹는 중, 쌔빠지는 중, 기름(기계톱 연료) 때는 중, 행복한 시간, 힘든 시간, 지루한 시간 등등 일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다. 다른 입장에서의 표현도 있다. 계획 시행중, 사업 진행 중, 목표 도달 중 등. 일하는 사람의 가족 입장에서는 생계비, 생활비, 학비 버는 중. 결과적으로 의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는 생각이지만 그런데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뜬금없는 건지 당연한 건지 법정 스님의 “차나 마시고 가게”라는 말이 생각났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