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마음
산주인지 목상인지 벌목꾼인지 아니면 벌목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인지 산림청인지 여하튼 어떤 산판을 보면 마음이 보인다. 산꼭대기에 나무 딱 한 그루 또는 몇 그루 남겨놓았다는 건 나무가 벌목꾼을 이긴 게 아니다. 그렇다고 벌목꾼이 남겨놓은 건 아니다. 나무를 하나라도 더 잘라야 돈이 되는 목상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지자체나 산림청에서 ‘폼’나게 한 그루나 몇 그루 남기고 다 잘라라,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산주의 마음이다. 수십 년 키운 나무들을 목상에게 팔고 벌목꾼들에 의해 점점 벌거벗겨지는 산을 보며 들었던 마음이 저 한 그루 또는 몇 그루의 풍경이었을 것이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