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산에 대한 명상
대개 7명 내외가 하루에 1헥타르를 벌목할 수 있다. 물론 낙엽송처럼 정확한 규격대로 잘라야하는 나무는 잣대질도 해야 해서 조금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즉 인원만 갖춰지면 어지간한 산 하나를 민둥산으로 만드는 게 며칠이면 된다는 뜻이다. 경사진 민둥산을 완만하게 만드는 일도 역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흙은 불도저 등의 장비들로 파고 밀어내고 암반이 나오면 발파해서 밀어내면 된다.
나무는 보통 30년에서 50년 정도 자라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굵기와 길이가 된다. 이번 골프장 조성 현장은 나무들의 전반적인 크기로 봐서 40년 정도 된 숲인 듯 했다. 그리고 암반이 밑에 버티고 있는 경사진 산은 수만 년 수십만 년이 걸려야 된다고 한다. 그런 산을 몇 달 되지 않아 푹 가라앉혀버리는 이 힘, 새삼 대단한 인류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산을 평탄하게 만들 수 있는 권력과 권한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오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과로 내가 나무를 베고 장비들이 산을 깎는 것이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이런 저런 생각 많았던 골프장 조성 벌목 일을 하기는 했는데, 이번 경우는 돈 받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골치 아프다. 이건 무슨 복마전도 아니고 주기로 약속하는 날짜도 없고 그냥 “알았어. 곧 줄게”라고 하면서 며칠 지나고, “이제 월말이라 돈 들어갈 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돈 언제 됩니까?” 물어보면 “아 나도 답답해. 나도 받아서 줘야 하는데 돈을 아직 못 받았어.” 이러니.
그로부터 사흘 후 결국 필요한 날짜에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이 또 지나갔다. 앞으로도 언제 또 만나 일할지 모르니까 좀 누추한 기분이 들더라도 살살 조르며 돈 주는 거 까먹지나 않도록 해야 하나, 그냥 또 볼 필요 없이 얼굴 한번 벌겋게 막가야하나, 죽을 둥 살 둥 일은 일대로 하고도, 한 사람 마음속의 이 조용한 아귀다툼. 산이 마치 명상을 하는 듯 묵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 역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나무와 산은 세월이 그냥 만든것이 아닌데 인간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니 당하고는 있지만
인간들의 그 힘과 욕심이 언젠가는 재해를 불러오지 않을까요? 안스럽고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일을 하시면서도 명상을 하시니 대단하십니다.
늘 생각할 수 있는 사진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