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100 음지와 양지
겨울에 하루 종일 음지에서 일하는 건 일하고 있을 때는 점퍼도 벗어놓을 정도로 괜찮은데 잠깐씩 쉴 때가 꽤 으스스하다. 겨울에는 해가 높게 뜨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음지 영역이 더 넓다. 며칠 일이 진행되어 산등성이에 오르게 되면 햇빛을 볼 수 있다. 누가 옷 한 겹 덮어주는 느낌이다. 따듯하다. 그러나 그건 조건부다. 산등성이에는 아주 가는 바람조차 막아줄 게 없다. 등줄기가 땀으로 촉촉해져있으면 아무리 살살 부는 바람이라도 꽤 춥다. 따져보면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양지만 작업하는 방식은 없다.
얼마 전 한 현장에서 나흘을 일했는데 나흘 동안 일한 면적에 햇볕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후온난화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눈 대신 비가 더 자주 내릴 정도로 올 겨울이 워낙에 푸근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추웠다. 그러나 그렇게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벌레들이 더 들끓지 않을까, 은근히 불안하기도 하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