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신기루 같은 산판풍경
산판일은 체력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자기가 내쉬는 거친 숨소리를 거의 매일 듣게 한다. 가끔 보게 되는 아름답고 멋있는 산판의 풍경은 그래서 신기루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들이 이야기 거리가 되고 추억이 되고 정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일 또 일을 시작해야 하는 마음에서는 그 이야기 거리와 추억들도 신기루가 된다. 그리고 어쩌다 일 끊기고 동시에 돈까지 떨어지면 그 신기루는 더 가물가물해진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