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94 신기한 일상
시작은 네 명이었다. 첫날에 한 사람이 다리를 다치고 둘째 날에는 다른 사람이 눈을 다치고 셋째 날에는 집에 일이 있다며 또 한 사람이 나오지 않고 그렇게 일이 안 되는 일주일이 지났다. 올 겨울 꾸준히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곳의 제안을 마다하고 이 팀에 합류했는데 결국 흩어졌다. 현장은 다른 팀에게 넘어갔다. 그렇게 다시 일을 구하는 신세가 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일상은 이런 겪기 싫은 상황을 까먹지 않는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