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93 이빨 자국
영월의 새로운 현장, 새로 만난 사람들과 일을 하는 첫날이었다. 일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되었을까 그루 뜬 낙엽송의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 가지가 힘이 예상보다 셌다. 톱이 튀었고 왼쪽 다리 무릎 바깥쪽 옆에서 뒤쪽 부분으로 날이 닿았다. 피부가 벌어졌다. 그래서 병원 가서 꿰맸다. 옷을 보니 영락없이 무슨 이빨 자국이었다. 내가 알 수 없는, 보이지도 않는 분명한 존재의 이빨이었다. 그게 내 안에 있는 것인지 산과 나무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예상하지 못할 때 무는 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피하고 싶어서 고사도 지내고 그러는 것이고. 여하튼 운이 좋았다. 힘줄이나 근육이 상하지는 않았다. 이틀 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에고,,,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