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53 술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다. 우리나라 1년 소주 소비량을 검색해봤더니 35억 병 내외라고 한다. 다 모아놓으면 정말 빠져 죽을 수도 있는 양이다. 그만큼 좋은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안 좋은 일도 있었을 것이다.
벌써 3개월째 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해 말 객지 나가 일하다가 술 마시면 잠을 안자고 늦은 밤까지 소리 지르는 사람 때문에 톱을 뺐었다. 그로부터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술을 좋아한다. 어쩌다보니 이번 현장은 여럿이 아닌 그와 나 둘이 일하게 되었는데 그는 술을 마시면 새벽부터 다음날까지 마시는 경우다. 그렇게, 일 하루 하고 쉰 지 벌써 사흘째다. 그렇다고 혼자 일하는 건 피해야 한다. 혹시나 사고라도 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그가 쉬면 나도 쉬게 된다. 그래서 이 현장 끝나면 그와 헤어져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내심 마음먹고 있다.
어제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는 다른 일거리를 알아보고 있느라 이곳저곳 연락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물론 취한 발음이었다. 술 취해서 거는 전화를 누가 제대로 들을지, 혀 꼬부라진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막막했다. 당장 톱 빼서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현장이고 새 곳을 알아본다고 해도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떻든 이 현장 마무리는 그와 함께 해야 한다. 할 수 없이 나도 술 한 잔 했다.
구름 같은 사흘이 지나고 있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이번엔 사진을 제법 많이 올리셨군요 잘 보고 있습니다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