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gbh4901.JPG gbh4902.JPG

 

예컨대_산판 #49 경계

 

목장처럼 산주가 산 전체를 와이어로 두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는 있지만, 보통 흰색으로 칠을 한다.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도록 적절한 간격으로 선명하게 표시해야한다.
 
 몇 년 전 한창 작업하며 산을 오르고 있는데 경계가 좀 이상했다. 예전에 다른 작업하느라 칠해놓은 경계표시와 이번 작업에 대비해 칠한 경계표시가 중복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전 작업 표시가 그렇게 낡지는 않아서 영 헷갈렸다. 그래서 작업을 멈추고 목상을 불러 어느 선을 기준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지 묻고 대답을 들은 후에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저 아래 동네 길이 다 보일 정도로 산 등까지 나무를 베며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그 동네 길에서 어느 노인과 젊은 사람이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였다. 젊은 사람이 뛰다 걷다 하며 우리 있는 산등까지 올라왔다. “뭔 짓입니까? 왜 남의 산을 베는 겁니까?” 목상이 경계를 잘못 확인한 것이었다. 결국 작업은 며칠 중단되었고 목상은 배상해야했다. 그때 우리가 그 판단을 하지 않고 목상에게 물어보길 천만다행이었다.
 
 경계가 있지만 오차범위가 있어 몇 미터 정도의 여유는 있다. 이 때문에 목상들은 경계 밖에 굵고 곧은 나무가 있으면 솎아베기 하듯이 더러 빼먹기도 한다. 그러나 오차범위 밖의 나무는 건드리지 않는다. 오차범위 안의 나무는 시비를 걸어도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그 밖을 건드리면 빼도 박도 못하는 도둑질이기 때문에.
 
 요즘은 젊은 산주들도 드물지 않게 있다. 특히 대도시의 돈 있는 사람들이 매입한 경우, 이 사람들은 도시의 담에 대한 의식이 있어서인지 경계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직접 GPS 들고 다니며 경계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장의 경우에는 경계 쪽을 맡은 작업자가 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큰 나무를 베어야하는데 기울어진 방향이 아무래도 경계를 넘어가 쓰러질 것 같고, 쓰러지며 경계 밖의 나무 몇 그루를 안고 쓰러질 것 같으면 정말 신경 써서 그루를 뜨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나무줄기들 사이로 쓰러지게 해 다른 나무들 가지는 꺾여도 줄기가 부러지지는 않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나무에 기대게 그루를 떠 나중에 장비가 올라와 처리하게 하면 된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g1001.JPG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