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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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_산판 #44 객지


객지, 쉬는 날, 뭘 하나,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시간을 센다. 빨래한 작업복을 뒤집다 바느질을 한다. 다시 누워 텔레비전을 보며 졸다 자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사뭇 진지한 자세로 내일 일할 곳 지형이 어떻고 경계는 어디쯤이고 작업해야 할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재떨이를 채우며 이미 뻔히 다 아는 걸 다시 이야기한다. 세상 어느 한 귀퉁이에서는 그렇게 시간이 뻑뻑거리며 연기를 내뽑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든 경우.
 
 객지에서 함께 숙식하는 사람 중에 술을 마시면 잠을 안 자고 큰 소리로 혼자 말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통화중 말끝마다 욕이 붙었다. 자정이 넘어가기도 했다. 그게 가끔 한번이 아니라 매일 그랬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변하지 않았다. 너무 탓하면 싸움이 날까 봐 자꾸 탓하지도 못하고. 함께 방을 쓰는 사람들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어도 잠이 들지를 못했다. 가까스로 잠이 들어도 설쳤다. 나는 그런 나날 중에 일을 겪었다. 아침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머리를 맞은 것이다. 다행히 안전모 덕에 머리가 깨지거나 구멍이 나지는 않았다. 안전모만 저만치 날아갔다. 그루뜨기 전 고개를 들어 나무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에 그냥 톱을 갖다 댔던 것이다. 며칠을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그럴 만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좀 앉아 쉬니까 놀란 정신은 돌아왔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날 일 마치고 톱을 뺐다. 그 방에 함께 있던 동료는 며칠 더 버티다 톱을 뺐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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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톱을 빼다 : 산판 사람들끼리 쓰는 표현으로 현장에서 빠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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